연금술에서 과학으로, 과학에서 AI로
연구를 자동화했다고 과학혁명이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AI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려면 지식을 생산하고 인정하는 규칙에서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AI와 과학의 미래, 네 편 중 두 번째 글입니다. 첫 글에서는 AI가 연구를 새로운 연금술처럼 만들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이번에는 반대쪽 가능성을 살펴보겠습니다. 같은 기술이 과학 자체를 재구성할 수도 있을까요?
연금술이 근대 화학으로 발전했듯 인간이 주도하는 과학도 AI 중심의 발견으로 전환하리라는 이야기는 매력적입니다. 그 이야기에서 핵심 변화는 기계가 인간보다 훨씬 큰 가설 공간을 탐색하고, 실험하고, 논문을 빨리 작성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연금술에도 실험과 정교한 관찰, 유용한 기술이 있었습니다. 근대과학은 그 일부를 계승하면서 증거, 설명, 공개적 비판의 규칙을 발전시켰습니다. 마찬가지로 기계가 연구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이 탄생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더 강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AI 기반 연구가 서로 다른 종류의 과학이 되려면 지식의 생산과 정당화에서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하나가 아닌 세 가지 변화
AI는 서로 다른 세 수준에서 과학을 바꿀 수 있습니다.
첫째, **AI 보조 과학(AI-assisted science)**입니다. 인간이 질문을 선택하고 결론을 판단하며 AI가 문헌 검색, 프로그래밍, 분석을 빠르게 처리합니다. 생산성의 중요한 변화이지만 주장을 정당화하는 규칙까지 바뀐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둘째, **AI 주도 과학(AI-driven science)**입니다. 에이전트가 가설을 제안하고 실험을 선택하며 부정적인 결과를 반영해 다음 실험을 추천합니다. 연구의 분업은 재구성되지만 책임과 독립적 검증은 계속 중요합니다.
셋째, 아직 가설적인 **AI 고유의 과학(AI-native science)**입니다. AI가 인간이 좀처럼 떠올리지 못할 개념과 모형을 생성합니다. 일부는 익숙한 언어로 설명하기 어렵더라도 독립적인 검증을 통과하는 새로운 예측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과학 공동체가 지식을 인정하는 기준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됩니다.
이 수준들은 순서대로 등장할 필요도 없고, 분야에 따라 공존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가 무조건 우월한 것도 아닙니다. 투명한 인간 중심 실험이 검증되지 않은 자율 시스템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진정한 패러다임 전환의 조건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론은 흔히 하나의 세계관이 다른 세계관을 대체한다는 이야기로 요약됩니다. 그러나 쿤의 역사적 논증은 더 정교합니다. 과학자들은 모범적인 문제, 연구 방법, 가치, 성과 판단 기준을 공유합니다. 혁명은 그 공동의 실천을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1]
AI 시대의 변화를 분석하려면 세 영역을 살펴봐야 합니다.
질문. AI 덕분에 이전에는 개념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하는가?
방법. 기계가 제안한 가설을 실험으로 비판하고 수정하는 반복 과정이 인정받는 연구 방법이 되는가? 그때 왜 어떤 실험을 선택했는지도 재구성할 수 있는가?
기준. 인간에게 만족스러운 이론적 설명을 아직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독립 실험에서 예측과 개입의 효과가 확인된다면 그 발견을 인정하는가?
첫 두 영역만 달라졌다면 새로운 도구나 연구 분업의 변화일 수 있습니다. 더 강한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하려면 세 번째 영역의 변화와 과학 공동체 내의 지속적인 수용에 관한 근거도 필요합니다.
현재의 AI 연구 시스템은 무엇을 입증했을까요?
2009년 보고된 로봇 과학자 Adam은 이미 과학적 가설의 생성과 검증 과정 일부를 자동화했습니다. [2] 과학 자동화 자체가 최근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2023년 Nature 종설은 모형화, 실험, 발견 등 과학 연구의 여러 단계에서 AI가 활용되는 방식을 검토했습니다. [3] 2026년 AI Scientist 연구는 아이디어 생성, 계산 실험, 원고 작성까지 수행하는 시스템을 제시했습니다. 통제된 워크숍 심사 실험에서는 AI가 생성한 세 편 중 한 편이 워크숍 채택 기준을 넘었습니다. 연구진도 구현 오류와 방법론적 한계를 분명히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이 결과만으로 자율 연구의 일반적인 신뢰성이 입증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4]
2026년 Co-Scientist 연구에서는 여러 에이전트가 가설을 생성·비판·개선했으며 선택된 생의학 사례에서 실험적 결과도 제시했습니다. 저자들 역시 이를 초기 검증으로 설명합니다. 인간의 검증 없이 자동 발견이 충분하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5]
이 사례들은 AI가 시도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과학의 규범이 이미 쿤이 말한 의미에서 혁명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까지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가장 강한 반론
애초에 새로운 과학이라는 이름이 불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천문학은 관측 장치에 의존하고, 통계학은 직관하기 어려운 모형을 사용하며, 현대 연구실은 수많은 전문 인력의 분업으로 운영됩니다. 과학은 한 사람이 모든 과정을 완벽히 이해해야만 성립하는 활동이 아니었습니다.
이 반론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간이 즉시 설명하지 못하는 것과 과학이 평가할 수 없는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예측과 설명의 관계가 AI 때문에 처음 논쟁거리가 된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패러다임 전환의 강한 근거가 필요하다면 AI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탐구 방식을 열어 주었는지, 공동체가 그 산물을 수용하거나 기각할 신뢰할 수 있는 절차를 확립했는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경계
저는 과학이 이미 AI 고유의 과학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고 선언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제시할 수 있는 더 좁은 명제는 발견의 자동화와 발견의 정당화를 연결하는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첫 글의 역설도 이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AI가 적절한 검증이 없는 그럴듯한 주장, 즉 새로운 연금술을 만들 수도 있고, 상상하기 어려웠던 가설을 엄밀하게 시험하는 새로운 과학을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양자를 가르는 것은 AI의 존재가 아닙니다. 매력적인 가설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제로 견뎌 내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가설의 공급이 검증 능력보다 빠르게 늘어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 Thomas Kuhn.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2025년 개정.
- King, R. D., et al. (2009). The automation of science. Science, 324, 85–89.
- Wang, H., et al. (2023). Scientific discovery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 Nature, 620, 47–60.
- Lu, C., et al. (2026). Towards end-to-end automation of AI research. Nature, 651, 914–919.
- Accelerating scientific discovery with Co-Scientist (2026). Nature, 655, 487–496.
동료심사를 거친 과학철학 논문이 아니라 탐색적 에세이입니다. 세 수준의 구분과 패러다임 판단 기준은 제안입니다. 글을 구성·편집하는 데 생성형 AI의 도움을 활용했으며 주장은 앞으로의 반론과 검증에 열려 있습니다.